'승부사본색' 드러낸 박성현, 괴력 뒷심 앞세워 대역전극

입력 2017-07-17 19:16  

상금 10억원 잭팟 터뜨린 'US오픈 여제'

후반 15번홀 버디로 선두, 17번홀도 타수 줄여 '쐐기'
18번홀 범프 앤드 런 '매직'…위기 잘 넘겨 우승 낙점

어프로치 뒤땅 친 펑산산, 18번홀 트리플보기 '와르르'

정확도까지 겸비한 장타자…LPGA 첫승 메이저로 장식



[ 이관우 기자 ]
제72회 US여자오픈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가 열린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GC(파72·6762야드) 15번홀(파5). 여자골프 대회 사상 최대 상금(500만달러·약 57억원)이 걸린 이 대회 마지막 날,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신중하게 그린을 살피며 버디 퍼팅을 준비했다. 컵까지 거리는 7m. 박성현이 침착하게 퍼팅한 공은 컵 속으로 사라졌다. 9언더파 공동 2위에서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승기를 잡은 박성현은 17번홀(파4)에서 쐐기를 박았다. 이날 버디가 단 3개만 나온 어려운 홀이었지만 박성현은 두 번째 샷을 홀컵 2.5m 옆에 붙여 버디를 추가했다.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친 박성현은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 상금은 90만달러(약 10억2000만원)다. 한국 선수는 올 시즌 열린 3개 메이저 대회를 싹쓸이하는 등 19개 대회에서 9승을 합작했다.

뒷심 강한 승부사

박성현은 1, 2라운드까지만 해도 우승과 인연이 없어 보였다.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로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중위권인 공동 58위에 머물렀다. 6언더파를 친 1라운드 단독 선두 펑산산(중국)과는 7타 차였다. 승부사 기질은 3라운드부터 불을 뿜었다. 전반 9개 홀에서 1타를 잃은 박성현은 후반 9개 홀에서 버디만 6개를 몰아치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도 14번홀(파3)까지는 우승의 향방을 점칠 수 없었다. 6언더파로 출발한 박성현은 전반에 2타를 줄인 뒤 후반 12번홀(파4)에서 2m짜리 버디를 성공시켰다. 9언더파를 기록하며 펑산산, 아마추어 최혜진(18)과 함께 공동 선두를 달렸다.

운명은 16~18번홀에서 갈렸다. 박성현은 17번홀에서 타수를 줄인 반면 최혜진은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범하며 우승 경쟁에서 내려왔다. 펑산산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트리플보기를 기록하며 6언더파 공동 5위까지 밀려났다.

박성현에게도 18번홀은 위기였다. 세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면서 타수를 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침착하게 공을 범프 앤드 런(낮은 탄도로 굴려보내는 어프로치 기술)으로 홀 컵 가까이 붙여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진화된 닥공’이 통했다

그는 미국 무대에서 정확도가 부족한 장타로 해저드나 벙커에 샷을 빠뜨린 탓에 결정적 순간에 미끄럼을 타는 일이 많았다. 지난해 US여자오픈 4라운드 18번홀(파5)이 대표적이다. 이글을 노리다 두 번째 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리면서 보기를 범해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거리 자신감이 되레 화근이 됐다.

데뷔 해인 올해도 월마트NW아칸소챔피언십과 볼빅챔피언십 등에서 이런 ‘롤러코스터형’ 기복이 도지며 우승 기회를 날렸다. 우승까지 가기엔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평까지 나왔다. 드라이버 비거리 5위(274.20야드)로 장타본색은 여전했지만 페어웨이에 정확히 떨어지는 정확도(66.77%)가 125위권으로 최하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는 달랐다. ‘무조건 닥공’ 대신 ‘따박따박샷’에 집중했다. 이 전략이 먹혔다. 비거리는 259야드대로 줄어들었지만 페어웨이와 그린 적중률이 모두 75%에 가깝게 나왔다. 4라운드 동안 버디를 18개 잡아내고 보기는 7개밖에 내주지 않은 배경이다. 이런 ‘고정밀샷’ 덕분에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던 벙커샷 문제까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나흘 동안 벙커에 공을 빠뜨린 건 딱 두 번에 불과했고, 한 번을 파세이브로 연결해 귀중한 1타를 지켰다. 그의 벙커샷 능력은 올 시즌 140위(34.29%)에 불과했다. 펑산산에게 1타 차로 패하며 트로피를 내준 볼빅챔피언십에서 그는 실패한 벙커샷 3개 중 1개만 성공했더라도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박성현은 이번 우승으로 11위였던 세계랭킹을 5위로 끌어 올렸다. 신인상 포인트도 997점을 쌓아 ‘올해의 루키’를 예약했다. 2위 에인절 인(미국)과는 638점 차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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